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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강렬했던 이주리 작가의 작품 ‘살다’ 시리즈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근작 ‘잔상’이라는 작품에 당혹감을 느꼈을지 모른다. 대형 캔버스 안에 힘겹고 고통스러운 몸들의 엉킴의 형태를 세밀하게 그려왔던 전작과 달리 어렴풋 반짝이는 잔상처럼 인체의 모습을 표현해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들은 감정의 변화에 따라 각기 다른 색과 모습으로, 한데 어우러져 또 다른 형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주리 작가의 스물다섯 번째 개인전 ‘afterimage(잔상)’이 15일까지 갤러리 숨에서 진행되고 있다. 갤러리 숨 개관 10주년 기획 초대전으로 마련된 ‘플랫폼 어게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이 작가는 작업노트에 “흐릿해진 시력과 함께 사물도 사람의 기억, 삶에 대한 생각마저도 모호해졌다”면서 “어쩌면 같은데 같지 않을 수 있고, 다르지만 다르지 않을 수 있다는 식의 애매함인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다 사라진 것도 다 남아있는 것도 아니다”고 남겼다.
작가의 변화를 유추해 보건대 인체를 향한 집요한 연구와 분석에 기반한 작업의 틀을 깨고자 함일 것이다. 예민하게 날을 세우기 보다는 우리 자신이 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품으며 시작된 기억의 재조합이다. 그렇게 사람과 사람, 과거와 미래, 현재의 삶과 죽음 사이에 서로에게 스며드는 관계성과 행복, 기쁨, 슬픔, 화남 등의 감정적 경계에 모호함, 생각의 충돌, 세상을 살아가며 자아를 찾기 위한 무수한 갈등 등의 혼재된 미묘한 차이가 살갗과 살갗의 경계를 흐트러뜨리고 있다.
그림에서도 불구하고 이 작가는 달라지지 않았다. 관습이나 의식되는 것들로부터 벗어나고 싶어했던 그 시간을 몸과 마음이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가는 늘 작업으로부터 자유를 찾았고, 작품에서 자유를 의식했다. 자유로움은 그가 그림을 그려온 이유이자 목적이었고 수단이 되었으니, 지금이야말로 그에게 있어 온전한 자유의 시간일지 모른다.
이 작가는 원광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1998년 첫 개인전을 시작으로 전주, 서울, 미국, 인도네시아, 대만, 독일 등에서 개인전을, 2020년 전주세계소리축제 19×19챌린지에서 ‘벽’, ‘살다’를 주제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전북청년미술상, 하정웅 청년작가상, 우진문화재단 청년작가, 전북위상작가상 등의 수상경력이 있다.
김미진 기자
출처 : 전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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