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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이 주는 생명의 에너지가 화폭으로 전이되었다. 검은 먹의 농담과 여백으로 담백하게 완성한 작품이다. 화폭 너머의 수묵 여정을 따라 천천히 발길을 옮기다 보면 자연 속에서 인간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박종갑 작가의 개인초대전 ‘만경(萬頃)_수묵여정(水墨旅程)’이 2월 10일까지 전주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만경습지(萬頃濕地)_244×1464㎝_한지에 수묵
이번 전시는 박 작가가 작업실 인근의 강인 만경강(萬頃江)을 관찰하고 이를 통해 깨달은 생명과 순환,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수묵화로 담아낸 작품들로 구성되어 있다. 실경을 그려냈다기 보다는 그 이미지를 아로새기자 떠오른 작가의 내면 깊숙한 곳을 그려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에서 발견되는 나무, 숲, 물결, 빛은 단순한 자연의 재현이 아니라, 인간과 자연이 교감하며 이루어가는 하나의 세계를 상징한다. 화려한 색을 입지 않았음에도 그 속에 살아 숨 쉬는 생명력이 느껴지는 것은 매우 특별한 경험이 아닐 수 없다.
그의 작업에서는 물질문명이 발달하며 얻어진 편리함 뒤에 감춰진 불안과 번민, 그리고 자연과의 단절이 은유적으로 드러난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기반으로 작가는 동양 철학에서 영향을 받은 천인합일(天人合一)과 무위자연(無爲自然)의 정신을 작품 속에 녹여내고 있다. 이는 자연과 인간이 조화롭게 공존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며, 자연과의 연결을 통해 인간의 삶이 더욱 풍요로워 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
생명의 숲-경계에 서다_122×488㎝_한지에 수묵
박 작가는 자신의 심상을 표현하는데 걸맞는 붓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기도 하고, 한번 떠오른 영감이 마무리되기까지 하루고 이틀이고 꼬박 밤을 새우며 작업에 몰입한다. 이러한 작업 과정이 있기에 그의 수묵화는 단순히 예술 작품으로서의 역할을 넘어, 우리 삶의 방식과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 통찰을 제공하는 것이다. 관람객이 작품을 통해 자연과의 관계뿐 아니라, 그 품에 안겨 자신이 자연 속에서 어떤 존재로 자리하고 있는지 자연스레 돌아보게 되는 이유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대형 수묵화 연작은 관람객이 자연 속에 들어선 듯한 몰입감을 주기에 충분하다. 작품이 주는 몰입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연출되어 있는 전시 공간을 탐색하면서 신년 마음을 다잡는 것도 좋겠다.
박 작가는 전주 출생으로 현재 경희대학교 미술대학 학장과 경희대학교 부설 현대미술연구소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전시는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김미진 기자
출처 : 전북도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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